나들목사역을 이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12월까지 사역하고 새로운 길을 가야겠네요. 그렇다고 나들목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사역을 내려놓을 뿐이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paid worker가 아닌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한 가정교회의 목자이자 세 가정교회의 마을지기로 또한 봉사자로 살게 됩니다. 이제 교회의 한 가족으로 더 분명한 정체성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는 신분이 된 것이지요. 12월 마지막 예배 때 마무리하는 시간이 있다면 아마도 눈물을 참느라 무척 애쓸 것 같네요. 사역을 그만두면서 갖고 있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20분의 1도 안되지만, 지난 11월 세째주 '찾는이와 함께하는 예배' 주제에 맞춰 간증문을 작성하고 나눔을 했습니다. 전후로 '봄과 같아서'와 '내가 들어갈 문 가야할 길'을 불렀습니다. 아래 영상은 '내가 들어갈 문 가야할 길'의 장면입니다. 지은지 이제 정확히 10년이 되는 곡이네요.
좋은 대학을 가는 이유는 하나님나라의 일꾼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고등학교 때는 말했었고, 한 대학에 진학했으나 또 다른 대학으로 다시 입학하며 가족친지의 기대를 깔끔히 저버린 것도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공부만 진득하게 했더라면 지금쯤 사회에서 말하는 그리 나쁘지 않은 직장을 다니거나 연구에 전념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성공지향적인 직장이나 명함을 갖지 말자는 것이 대학 때의 소신이었고, 4년의 어설픈 회사생활을 접고, <가난한자가 들어간다> 라는 음반을 발표하고는 나들목교회 전문사역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달 뒤면 나들목교회에서 사역자란 이름으로 살아온지 만 6년이 된다. 음악기획간사로 시작해 커뮤니케이션 사역디렉터, 예배 사역디렉터로, 사역 코디네이터와 10주년기념사역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양으로 사역해온 지난 시간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이 사역의 여러 모양들을 뒤로 하고,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새로운 삶의 장으로 걸어가기로 하면서 희망과 기쁨이 있다. 그러나 가슴이 아리도록 슬픔과 후회가 밀려온다.
교회를 세워가는 가운데 내 은사가 발휘되어야 할 곳에 제대로 쓰임을 받은 기쁨이 얼마나 큰지. 하지만 왜 그토록 열심을 내었을까. 수많은 선택을 나는 어떤 기준으로 해왔을까.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결단을 했다고 자부해왔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교회 울타리와 기독교 공동체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가득했음을 본다. 물론 하나님은 그런 내 이기적 동기조차도 선하게 사용하실 때가 있었지만, 언제나 그런 일들의 결과는 나만 드러내기 일쑤였다.
가정교회에서도 사역팀에서도 나 때문에 교회를 떠난 이도 있었고, 사역팀 안에서도 연소함과 평신도라는 두 짐을 지며 형님들, 목회자님들 속을 태우기도 했다.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바쁘고 만날 시간 없는 이미지였고 따뜻한 위로의 말한마디, 감사의 편지 한장, 문자 하나를 건내지 못하는 이기적 사역자였던 것 같다. 사역에서 큰 열매나 진보도 없어보이고 늘 비슷한 일들을 비슷하게 유지하며, 가끔씩 사람들이 던지는 칭찬과 질타에 일희일비했다. 내 인생의 목적이 분명하기에 내 30대 초반의 시간과 재정을 하나님께 드린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어느날부터인가 그런 헌신조차도 명분과 당위로 다가올 때, 그런 모든 헌신이라 일컫는 것들은 내게 불편한 것이 되었다. 지금 보니 내 친구들에 비해 학력도 모자라고 연봉도 적다. 하지만 그 절대적 돈의 양으로 내 사역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으려나. 인간의 눈으로
그렇다면 그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다고 결론내어야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내가 한 일이 반드시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보상이 있지 않을 것임에 하나님나라의 전혀 다른 계산법을 나는 기대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내 맘속에 생겨나는 모든 불안과 원망과 후회를 뒤로 하고 다시 내 인생을 주님께 드리고자 지난 세월을 돌아볼 힘과 사랑을 얻는듯 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다. 내가 준비하는 새로운 일들이 얼마나 잘 이루어질지 생계를 잘 해결할지 내가 하던 일들의 의미와 잘 연결될지 많은 것이 막막하고, 주변에서도 의례 내가 잘할 것라는 기대를 해주셔서인지 아무도 내 걱정따윈 하지 않는 것만 같다. 하지만 내가 했던 사역과 만남과 그 모든 의미들은 지금 다 알 수 없기에 더 정직하고 겸손한 돌아봄이 내게 필요하다.
글쎄. 지금까지 조금 많은 이기적 동기가 섞인 헌신이었다면, 이제 30대후반부터는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방법들로 나의 시간과 재정을 창조적으로 선용하고 싶다. 그 어떤 대단한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분이 내게 부어주신 사랑을 다시 그분께 그리고 내 주변에 붓고 싶은 마음을 그분이 주시기 때문이다. 나를 버리고 그분을 순전히 사랑하고 내 이웃을 위해 내 존재와 부르심과 은사를 사용하는 것. 바로 그것이겠지...
나는 세월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기다린다. 그러기 위해 오늘 나는 돌아본다. 더 잘 바라보기 위해서, 내게 주어진 그분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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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세월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믿습니다.
2010/12/16 17:00 [ ADDR : EDIT/ DEL : REPLY ]반가운 이름... 보고싶은 사람...
2010/12/21 10:46 [ ADDR : EDIT/ DEL ]